콜렉터들의 로망 빅꾸리만 스티커의 세계
오타쿠 문화와 함께 컬렉션 문화가 발달한 일본. 그 중에도 가장 대표적인 컬렉션 아이템으로 불리는 것이 바로 「빅꾸리만 스티커」입니다. 빅꾸리만 스티커는 미국의 야구카드에 비견될 정도로 코어한 컬렉션 아이템으로 현재 가장 가치가 높은 스티커는 1장에 30만엔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빅꾸리만 스티커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오타쿠 문화에 아주 큰 영향을 준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30엔짜리 쵸코렛에 부록으로 들어 있던 스티커에 불과했던 빅꾸리만은 어떻게 1장에 수십만엔에 거래되는 컬렉션 아이템이 되었을까요?
빅꾸리만 스티커가 뭔가요?
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아마 기억할 것입니다. 롯데에서 나왔던 「수리수리 풍선껌」이라는 상품을. 이 상품은 풍선껌을 사면 부록으로 2~3등신으로 디포르메된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를 주었는데, 이 수리수리 풍선껌 스티커가 바로 빅꾸리만 스티커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지만, 일본에서는 일대 붐을 일으키며 사회문제로 발전했던 상품이었습니다. 빅꾸리만은 이후 일본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트레이딩 카드류의 원형이 되었을 정도로 문화적인 파급력도 대단합니다.
빅꾸리만이란 일본어의 「ビックリ(놀라다)」와 영어의 「MAN」을 합성한 말로 그대로 해석하자면 「놀라는 사람」 정도 되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천사나 악마가 그려진 캐릭터 스티커와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 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일까요? 그것은 이 상품의 탄생 배경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어린이용 과자에 부록을 끼워 주는 문화가 매우 발달했습니다. 주로 장난감을 끼워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아예 「식완(食玩)」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빅꾸리만 스티커도 식완의 일종) 장난감 다음으로 많이 끼워주던 것이 판박이와 스티커였는데, 1970년대에는 10~30엔 정도에 학교앞 문방구에서 판매되는 이런 스티커가 들어간 과자가 여러 종류 존재했습니다.
그 중에서 주목을 끌게 된 것이 1977년 롯데에서 발매한 「빅꾸리만 쵸코」라는 이름의 과자인데, 이 과자는 부록으로 「돗키리실(どっきりシール)」라는 것을 주는 상품이었습니다. 「돗키리실」은 번역하자면 「깜짝 놀라게 하는 스티커」 정도인데요.(원래는 일본의 방송업계 용어로 “심장이 덜컹 거릴 정도로 놀랐다” 정도의 의미) 돗키리실은 투명한 비닐재질 스티커에 사진처럼 보이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어 이걸 보는 사람이 진짜와 착각해서 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스러운 스티커였습니다. 그래서 상품 이름이 누군가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빅꾸리만 쵸코」라고 붙여지게 되었습니다. 이 빅꾸리만 쵸코는 아이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매년 스티커의 주제를 바꿔가면서 1984년에 제 9탄까지 발매되었습니다.
그런데 롯데는 1985년에 빅꾸리만 쵸코 시리즈의 제 10탄을 기존의 장난용 스티커가 아닌 세계관을 갖춘 캐릭터물로 갑자기 바꾸어 버립니다. 「천사와 악마 시리즈」라고 이름 붙여진 이 스티커들은 천사, 악마, 수호령의 3가지 종족으로 나뉘어진 세계에서 천사와 악마 세력으로 나뉘어 싸우는 이야기를 각 세력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스티커화한 상품이었습니다. 일본식 카드배틀 게임을 해보면 반드시 세력이 3개 존재하는데, 이런 것은 모두 빅꾸리만 스티커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폭발적인 히트로 사회문제화된 빅꾸리만
과자의 부록으로 주는 스티커에 셰계관을 설정하고 캐릭터 상품화 한다는 것은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고, 이것이 당시 일본 어린이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어서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됩니다. 빅꾸리만 쵸코를 파는 가게에서는 상품을 사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1사람당 3개까지만 살 수 있는 룰을 정해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인기는 더욱 가열되어 1987년부터는 TV애니메이션이 제작되어 방영되기 시작했고, 각종 잡지에도 여러 편의 만화가 연재되었습니다. 너무 인기가 좋다보니 슈퍼마켓의 판촉 행사로 추첨을 통해 빅꾸리만의 한정 스티커를 주기도 하고, 야구팀인 롯데 오리온즈(지금의 치바 롯데 마린즈)의 경기에서 한정으로 선수를 모티브로 한 스티커를 팔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빅꾸리만의 전성기 때는 한달에 1,300만개 이상 판매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인기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붐이 너무 과열되면 여러가지 문제점을 동반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빅꾸리만 스티커도 과열된 인기 못지 않게 많은 사회문제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크게 문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스티커가 유발하는 사행심리였습니다. 부록으로 주는 스티커에 왠 사행심리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빅꾸리만 스티커의 구성과 판매 방식을 알게 되면 이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천사와 악마 시리즈」의 제 1탄은 모두 37종류의 캐릭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카드는 1번부터 12번까지 고유의 번호가 붙어 있고, 각 번호마다 천사, 악마, 수호령이 1장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천사는 캐릭터의 배경이 은색으로 코팅된 반짝이는 스티커, 악마는 불투명한 종이 재질에 2가지 색을 이용한 배경의 스티커, 수호령은 투명한 비닐 재질에 배경이 없어서 뒤가 다 비치는 스티커였습니다. 당연히 천사 캐릭터 스티커가 훨씬 더 화려하고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빅꾸리만 쵸코는 1박스에 모두 40개의 상품이 들어 있는데, 이 중 악마와 수호령 스티커가 들어 있는 상품이 각각 17개씩, 천사 스티커가 들어 있는 상품이 5개입니다. 그리고 40개 중 1개는 고유 번호가 없는 헤드 카드인 「슈퍼제우스」가 들어 있었습니다. 헤드 카드는 배경이 홀로그램으로 빛나는 금속 코딩 재질의 스티커입니다. 다시 말해서 헤드, 천사, 악마, 수호령은 애당초 배정된 장수가 다르기 때문에 레어도에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악마 카드보다는 천사 카드가 가치가 있는 것이었고, 헤드카드는 더욱 큰 가치를 지닌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3탄부터는 헤드가 2종류 들어가면서 둘 중 1개가 더욱 레어한 헤드로 설정되었고, 6탄에 등장한 「블랙제우스」부터는 헤드 스티커 중에 더욱 레어한 홀로그램 스티커까지 추가되면서 인위적으로 희소한 스티커를 계속 추가해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한가지 「기간 한정」이라는 요소가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천사와 악마 시리즈는 1993년에 판매가 종료될 때까지 빅꾸리만 쵸코로만 총 31탄 1,440종의 스티커가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스티커는 기간 한정 판매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슈퍼제우스가 포함된 천사와 악마 시리즈 제 1탄은 초기의 몇 달밖에 판매하지 않았고, 붐의 최전성기였던 1988년경에 이르면 상품이 너무 빠르게 팔려서 한 시리즈의 실제 판매 기간은 한달 남짓에 불과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시리즈의 모든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서는 해당 시리즈가 시장에서 사라지기 전에 되도록 많은 빅꾸리만 쵸코를 사야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인지는 최절정기인 1988년에 나왔던 천사와 악마 시리즈 15탄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15탄은 각 종족 스티커 36종류에 더불어 총 5장의 헤드 스티커가 존재했습니다. 그 5장은 신성나디아(전면 홀로그램), 성범 잉카(전면 홀로그램), 마혼 프라고라톤(금색 홀로그램 배경), 데카네론(은색 홀로그램 배경), 괴기 미로쿠・잉카(양면 스티커)로, 이 5장을 모두 손에 넣으려면 수천개의 빅꾸리만 쵸코를 뜯어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헤드 스티커를 손에 넣기 위해서 빅꾸리만 쵸코를 박스채로 사는 아이들이 나오는가 하면, 상품을 사서 스티커만 빼고 쵸코렛은 버리는 일들이 속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서 헤드 스티커를 1,000~2,000엔 사이에 거래하는 행위가 빈번해지고, 초등학교 내에서 빅꾸리만 스티커 도난 사건이 속출했으며, 빅꾸리만 쵸코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위해서 불량 학생들이 돈을 빼앗는 사건도 속출하게 됩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사회문제가 되자 롯데측에서는 「빅꾸리만 헌장」이라는 것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이 빅꾸리만 헌장은 ①스티커의 매매는 금지 ②쵸코렛 과자는 전부 먹을 것 ③스티커를 교환하는 행동으로 친구와 사이가 좋아진다 등 총 3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헌장 발표만으로는 과열된 빅꾸리만 붐은 식을 줄 몰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입, 그리고 붐의 종료
빅꾸리만 스티커의 과열된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이로 인해서 많은 과자회사들이 빅꾸리만을 흉내낸 캐릭터 스티커를 부록으로 주는 상품들을 내놓습니다. 이런 와중에 완구 메이커였던 「코스모스」가 「롯치」라는 브랜드명을 이용해 「돗키리만 쵸코」라는 이름의 카피 상품을 판매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롯치(ロッチ)는 일본어로 표기하면 롯데(ロッテ)와 비슷해 보이는데요. 롯데는 이 일로 코스모스를 고소하게 되고, 이 일은 미디어들에 의해서 크게 보도가 됩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돗키리만 쵸코」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짝퉁 스티커가 유통되고 있었고, 짝퉁 업자들에 의한 피해도 상당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너무 크게 사회문제가 되자 1988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움직이게 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에 대해서 스티커의 생산 가격의 차이를 없앨 것을 권고하는데요. 또 모든 스티커의 종별 발행 개수를 균일화하고, 박스 내의 혼입율도 균일화 해서 특정한 실에 판매 가격 이상의 가치가 형성되는 것을 막는 자숙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롯데는 이 권고안에 따라서 빅꾸리만 스티커의 구성을 바꾸게 되는데, 이것이 인기가 급격하게 식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롯데는 천사와 악마 시리즈 17탄에서 헤드 스티커를 총 24종류 포함 시키는 구성을 취하게 됩니다. 그리고 헤드, 천사, 악마, 수호령을 전부 똑같은 비율로 박스에 혼입합니다. 이로 인해서 종족 스티커와 헤드 스티커 간의 희소가치 차이는 사실상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천사와 악마 시리즈 18탄에 가서는 헤드 스티커의 반짝이는 홀로그램 배경을 빼버립니다. 그 대신 기존의 천사 스티커와 비슷한 단색의 금색 코팅 배경으로 바뀌면서 헤드 스티커의 화려함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서 각 스티커의 생산단가 차이를 3~4엔 이내로 조정하면서 내려진 결정이었습니다.
일본의 경품표시법에 의하면 부록의 가치(생산원가)는 상품 거래 가격의 2/10까지만 허용하고, 1,000엔 미만의 상품일 경우에는 1,000엔을 기준으로 한 200엔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빅꾸리만 스티커를 규제할 근거는 없습니다. 빅꾸리만 쵸코는 1개 30엔이고, 아무리 화려한 홀로그램 스티커라도 생산 원가가 200엔을 넘을 일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마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안을 따르는 형태로 수습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헤드 스티커의 레어함도 사라지고, 헤드 카드의 번쩍거리는 화려함도 사라지자 어린이들은 빅꾸리만 스티커에서 빠르게 흥미를 잃어갔습니다. 롯데는 18탄에서 일단 천사와 악마 시리즈의 「천사VS악마」 스토리를 완결 시키고 19탄부터 새로운 스토리인 「차세대 빅꾸리만」으로 새로운 스토리로 이행합니다. 이러면서 TV애니메이션도 「신빅꾸리만」으로 타이틀이 바뀌게 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었고, 기존 시리즈의 팬들이 많아서 어느 정도 인기는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1991년에 천사와 악마 시리즈의 스토리를 완전히 종결시키고 「슈퍼 빅꾸리만」으로 이행하면서 인기는 급속도로 식어갔습니다. 무엇보다 빅꾸리만 쵸코의 크기를 키우고 가격을 50엔으로 인상하면서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어린이들 입장에서 보면 스티커 1장의 구매 가격이 거의 2배 가깝게 올라간 것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슈퍼 빅꾸리만은 헤드 스티커의 화려함을 다시 부활시키고, 의욕적인 판촉 활동에 의해서 초기에는 어느 정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비싸진 상품 가격과 오랜 기간 이어져온 시리즈에 대한 피로감 등이 원인으로 슈퍼 빅꾸리만의 인기는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했고, 결국 1993년에 슈퍼 빅꾸리만의 TV애니메이션이 종료되면서 롯데는 1993년부터 빅꾸리만 쵸코에 캐릭터 스티커 대신 과거의 돗키리 스티커류를 넣게 되어 빅꾸리만 붐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가의 컬렉션 아이템으로
빅꾸리만 붐은 끝났지만 기존 시리즈의 팬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80년대에 빅꾸리만 스티커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모두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빅꾸리만 스티커는 컬렉션 아이템으로서 각광을 받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종수가 많고, 초기 시리즈는 인위적으로 스티커마다 레얼리티를 설정했기 때문에 희소한 스티커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며, 워낙에 붐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에 컨텐츠 자체의 대중성 등이 맞물려서 스티커 쪼가리에 불과함에도 상당히 높은 거래 가격을 형성하게 됩니다.
단일 스티커 중 현재까지 가장 가래 가격이 비싼 것은 9탄의 헤드 카드였던 「헤드로코코」의 샘플판 스티커입니다. 뒷면의 스티커 설명이 없고, 반짝이는 홀로그램 배경이 녹색인 점 등이 특징입니다. 이 스티커는 실제로 판매되지 않았던 스티커인만큼 희소가치가 높은데 옥션에서 현재도 28만엔~35만엔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샘플판 헤드로코코 못지 않게 비싼 것이 인쇄 에러가 난 일명 「역선(逆扇) 헤드로코코」. 원래 헤드 스티커의 배경 프리즘은 부채꼴 모양이 위를 향하게 인쇄되는데, 어째서인지 헤드로코코에는 인쇄 에러로 인해서 부채꼴이 아래로 향하게 인쇄된 스티커가 소량 존재합니다. 이런 역선 헤드로코코도 상태가 매우 좋을 경우에 15만엔 이상에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다음으로 가격이 비싼 스티커는 6탄의 헤드 스티커로 최초의 전면 홀로그램 스티커였던 「블랙제우스」입니다. 이 스티커는 완품 수준으로 상태가 좋을 경우 30만엔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는데,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에는 2~3만엔 정도의 가격에 거래가 됩니다. 홀로그램 인쇄면이 손상되기 쉬워서 상태에 따른 가격차가 심한 것이죠. 참고로 블랙제우스는 관련 상품도 거래 가격이 비싼데, 당시 가챠폰 기계용 상품이었던 지우개도 완품일 경우 5만엔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가격이 비싼 스티커는 천사와 악마 시리즈 1탄의 헤드 스티커인 「슈퍼제우스」의 초판, 일명 「비닐 코팅 제우스」입니다. 천사와 악마 시리즈 1탄은 그렇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여러 번의 재판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슈퍼제우스」는 천사와 악마 시리즈 1탄에 들어 있던 스티커만도 6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이 중 가장 처음에 생산된 「슈퍼제우스」는 스티커 뒷면의 캐릭터 설명 종이가 비닐로 코팅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희소가치가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슈퍼제우스」보다 약 20%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최절정기에는 20만엔을 호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약 10만엔 전후에 거래되는 스티커입니다.
그 다음으로 비싼 스티커는 롯데 오리온즈 이벤트 스티커 1탄 9장. 롯데 오리온즈의 감독과 선수들을 캐릭터화 한 스티커들로, 당시에 카와사키 구장에서만 판매된 스티커들입니다. 상태가 좋다면 지금도 6~8만엔 정도의 가치를 지닙니다.
그 이외의 비싼 스티커들은 대부분이 전면 홀로그램인 프리즘 헤드 카드나 초기 1~16탄의 헤드 카드들입니다. 상태에 따라서 대게는 1만엔~4만엔 사이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오타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빅꾸리만
근년의 스마트폰 게임 붐 속에서 2년 넘게 일본 앱스트어, 구글플레이의 매출 순위 1위를 수성했던 「퍼즐&드래곤」, 세계적인 대히트로 마리오에 이어서 닌텐도를 대표하는 게임이 된 「포켓몬스터」, 소셜 카드 게임 붐을 만들어낸 「드래곤 컬렉션」 등, 일본식 컬렉션 게임들은 모두 빅꾸리만 스티커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일본에서는 1951년에 야구 카드가 부록으로 들어 있는 캬라멜이 판매되었고, 1971년에는 제과회사인 카루비에서 「가면라이더 카드」가 부록으로 들어 있는 과자를 판매했지만 그렇게 대중적인 붐을 형성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빅꾸리만 스티커는 왜 그렇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것일까요?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빅꾸리만 스티커 이전까지의 트레이딩 카드들은 모두 인기 있는 그 무언가의 부가적인 파생 상품에 불과했습니다. 야구 카드, 가면라이더 카드, 마징가 카드, 고지라 카드 등 인기 있는 스포츠 선수나 만화의 캐릭터가 인쇄된 것들이었습니다. 당연히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가치가 있는 굿즈에 불과했고, 넓은 계층에게 인기를 얻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과자에 딸려 오는 부록들은 카드이건, 스티커이건, 완구이건 대부분이 원작이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빅꾸리만 스티커는 원작이 존재하지 않는 오리지널 캐릭터였다는 점이 크게 달랐습니다. 빅꾸리만 스티커가 곧 원작이었고, 이 때문에 빅꾸리만 스티커의 인기는 특정한 원작의 인기에 귀속될 이유가 없었습니다.
또한 빅꾸리만 스티커는 캐릭터만 만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고유의 세계관과 명확한 스토리가 존재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빅꾸리만 스티커 이전까지는 트레이딩 카드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캐릭터 상품은 어떠한 원작의 부가상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스토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 상품에 세계관이 존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산리오의 「헬로 키티」 같은 경우입니다. 헬로 키티는 1974년에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는데, 키티의 생년월일과 출생지(런던), 키와 체중, 혈액형과 성격은 물론이고 가족 관계까지도 자세하게 설정되어 있었지만 헬로 키티에는 세계관은 존재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에 비해서 빅꾸리만 스티커에는 명확한 스토리가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그 스토리가 스티커 시리즈가 바뀔 때마다 진행이 되었습니다. 빅꾸리만 천사와 악마 시리즈의 세계관은 이렇습니다.
“세계는 천성계와 천마계가 둘로 나뉘어져 전쟁을 하고 있는 시절. 천사들이 살고 있는 천성계는 슈퍼 제우스가, 악마들이 사는 천마계는 슈퍼 데빌이 통치하고 있었다. 악마들의 통치자 슈퍼 데빌은 본격적인 천성계로의 침략을 시작한다.”(스티커 1탄. 헤드 스티커로 슈퍼제우스 1장이 들어 있다)
“슈퍼제우스에게는 보좌관 역할의 샤만칸이 있었다. 천마계의 슈퍼데빌은 샤만칸을 이용해 천상계를 이간질하려는 계획을 세운다.”(스티커 2탄. 헤드 스티커로 샤만칸 1장이 들어 있다)
“슈퍼데빌은 마성을 숨긴채 천사로 위장하여 샤만칸에게 접근해 그에게 나쁜 마음을 심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슈퍼데빌의 이간질 작전은 실패하고 만다.”(스티커 3탄. 슈퍼데빌과 천사로 위장한 슈퍼데빌 등 2장의 헤드 카드가 들어 있다)
“천사들 사이에서는 악마들과의 전쟁을 피해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려는 여론이 형성되고, 이 와중에 성 피닉스가 등장해 신천지 「차계」로 천사들을 이끌겠다고 결의를 한다. 하지만 성 피닉스는 전투력이 약했기 때문에 스스로 성전의화로 파워업해 전사타입의 성 피닉스가 된다.”(스티커 4탄. 헤드 스티커로 성 피닉스와 성전의화 파워업 버전 성 피닉스가 들어 있다)
“젊은 천사들을 이끌고 차계로 향하던 성 피닉스 앞에 천마계의 전사 사탄마리아가 나타나는데, 사탄마리아는 6개의 성구를 빼앗아 파워업해 무적의 마중진공을 개시한다!”(스티커 5탄. 헤드 스티커로 사탄마리아와 6성구 파워업 사탄마리아가 들어 있다)
명확하게 스토리가 존재하고, 그 스토리에 맞춰서 캐릭터들도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빅꾸리만 스티커는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었고, 상당히 오랜 기간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이 쉽게 제작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스토리성이 분명한 특징 때문이었습니다.
빅꾸리만 스티커가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은 「루츠(roots)」라는 설정입니다. 빅꾸리만 스티커의 세계에는 「루츠」라는 일종의 유전자 시스템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것이 이후 포켓몬스터나 퍼즐&드래곤을 비롯한 각종 일본식 트레이딩 카드 게임들의 「합성」, 「진화」, 「전생」, 「각성」 등으로 불리는 시스템의 원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야마토 왕자」를 예로 들어 보죠. 야마토 왕자는 천사와 악마 시리즈 5탄에 처음 등장한 천사 스티커입니다. 야마토 왕자는 신의 아이(若神子)인데, 천사와 악마 시리즈 9탄에 가면 일출검(日出剣)과 성의를 손에 넣어 「야마토 신제」로 진화합니다. 그리고 13탄에 가면 성광체 변화를 통해서 헤드 스티커인 「야마토 폭신」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13탄에는 마의 환신기에 의해서 진화한 「야마토 폭신 타입2」도 함께 등장합니다. 그리고 천사VS악마 스토리가 종결되는 18탄에 가면 최종 진화 형태인 「성V야마토」가 됩니다.
그리고 「신빅꾸리만」 스토리가 시작되는 19탄에서는 차계의 경비대장인 「야마토워리어」로 전생합니다. 야마토워리어는 다시 25탄에서 「야마토・쥬니어」로 진화하고, 26탄에서는 「쟈니・야마토」로, 29탄에서는 「야마토・체인지」와 「빅・야마토」로 진화합니다. 사실 빅꾸리만 스티커는 붐이 급격히 식으면서 31탄에서 스토리가 미완인 상태로 끝났는데, 이것을 보완해 2000년 말에 「초원조 빅꾸리만」이라는 이름으로 31탄, 32탄이 뒤늦게 발매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야마토는 최종 진화를 하여 「야마토 범신」이 되는데요.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야마토 왕자 → 야마토 신제 → 야마토 폭신 → 성V야마토 → (전생) → 야마토워리어 → 야마토・쥬니어 → 쟈니・야마토 → 야마토・체인지/빅・야마토 → 범신 야마토
이런 진화는 야마토 왕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파워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데, 특정한 아이템을 손에 넣거나 어떤 에너지와 접촉을 하면서 진화가 이루어지는 방식입니다. 포켓몬스터나 퍼즐&드래곤의 진화도 모두 빅꾸리만의 루츠 시스템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오타쿠 문화에 끼친 영향력으로만 평가를 하자면 빅꾸리만은 「기동전사 건담」이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버금갈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빅꾸리만 스티커를 기획했던 사람은 탄고 시로(反後四郎)라는 사람으로 1973년에 롯데에 입사하여 1977년에 나왔던 빅꾸리만 스티커의 돗키리 스티커부터 천사와 악마 시리즈까지 상품기획을 지휘했다고 합니다. 탄고 시로 씨는 빅꾸리만 붐 당시에 「탄고 박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미디어에서 맹활약했는데, 지금은 롯데의 상품개발부부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빅꾸리만 스티커의 캐릭터 디자인은 「주식회사 그린하우스」라는 곳에서 담당했는데, 이곳은 원래 상품 패키지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던 회사였습니다. 빅꾸리만 캐릭터는 당시 디자인 팀장이었던 「요네자와 미노루(米澤稔)」와 어시스트였던 「효도우 사토시(兵藤聡司)」에 의해서 그려졌습니다. 지금도 빅꾸리만 캐릭터는 이 두사람에 의해서 그려지고 있다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