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 이야기 – 2015년 파견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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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페이스북에서 안철수 씨의 발언에 대한 이슈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일본 IT파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다소 길고 지루한 글이지만, 관심 있는 분은 끝까지 읽어주세요.

 

2007년 대히트 드라마 「파견의 품격」

 

한국인들에게 일본의 파견 노동자에 대한 이미지 형성은 2007년 니혼테레비에서 방영되었던 시노하라 료코 주연의 드라마 「파견의 품격(ハケンの品格)」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드라마였죠. 하지만 드라마가 방영된지도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일본의 노동자 파견 사업의 현실은 드라마가 방영되던 2007년과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로 일본은 리먼 쇼크로 인한 파견 대란을 겪으면서 2번이나 법이 개정되어 드라마 속 모리 미유키를 S&F에 소개해준 「파견라이프(ハケンライフ)」가 하던 영업 형태는 2015년 법 개정으로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자세한 건 뒤에 설명하겠습니다.

 

파견법의 역사

 

노동자 파견 사업은 1986년부터 시행된 「노동자 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의 확보 및 파견노동자의 취업조건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労働者派遣事業の適正な運営の確保及び派遣労働者の就業条件の整備等に関する法律)」, 일명 「파견법」의 범주에 포함되는 일련의 노동자 파견 사업 전반을 일컫는 말입니다. 앞서 말한 드라마 「파견의 품격」의 도입부에서 1986년 성립된 「파견법」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드라마를 본 많은 분들이 일본의 노동자 파견 사업이 1986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오해를 합니다. 하지만 1986년의 법 제정 및 시행은 그 동안 만연해왔던 파견 사업자들의 횡포를 막고 파견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법제화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노동자 파견 사업자들은 그 이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일본의 파견에 대해 이해하려면 노동자 파견 사업의 역사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일본에는 에도 시대부터 구치이레야(口入屋)라는 업종이 있었습니다. 요즘으로 치자면 직업소개소 정도의 역할을 하던 곳입니다. 이런 구치이레야에서 일하는 테하이시(手配師, 수배사)라는 사람들이 노동자를 모아서 공사판 같은 곳에 일용직 노동자 보내주거나, 배의 선적 작업에 사람들을 동원하거나, 유곽에 여자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의 파견법은 건설, 항만, 유통 등 3개 업종은 파견 노동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치이레야들이 1970년대까지 건설, 항만, 유통, 유흥업 등에서 계속 영업을 하다가 1970년대 중반에 큰 계기를 맞게 됩니다. 1975년 제 1차 오일쇼크로 인해 고도성장을 계속하던 일본 기업들은 한 번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당시만 해도 일본은 완전고용이 일반화 되어 있었기 때문에 회사 경비나 사원 식당의 밥 해주는 아줌마까지 전부 정사원으로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전문성이 없는 일들의 코스트를 줄이기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1975년부터 파견 사업자가 급증하여 1980년대 초반에 이르면 각종 피혜 사례가 속출하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됩니다. 이로 인해 법제화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1985년에 파견법이 성립되어 1986년부터 법제화가 이루어집니다. 이때 법제화 과정에서 과거부터 문제가 많았던 건설, 항만, 유통업, 그리고 제조업, 회사의 중요한 업무와 연관된 일반 사무(인사, 경리 등)에는 파견 노동을 금지합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기업들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1999년에 회사의 중요한 업무와 연관된 일반 사무에 대한 파견 노동이 해금되어 이때부터 흔히 OL이라고 부르는 사무직 여성들의 파견 노동이 본격화됩니다. 그리고 코이즈미 정권에 와서 2번의 파견법 개정이 이루어집니다. 이 2번의 법개정이 앞서 소개한 드라마 「파견의 품격」의 큰 배경이 되었습니다.
2004년 3월의 개정으로 제조업의 파견 노동이 해금되고, 소개예정파견이 법제화됩니다. 당시 법제화를 담당했던 규제개혁회의에는 오릭스 회장, 파소나 그룹 회장 등 파견 사업으로 큰 돈을 벌고 있는 당사자들이 대부분 들어가 있었고, 이 때문에 법안 개정이 파견 사업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법 개정으로 파소나 그룹의 매출이 2배로 뛰고,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타케나카 헤이조(竹中平蔵)는 파소나 그룹의 특별 고문으로 자리를 옮겨서 고액의 보수를 받게 됩니다.
당시 개정안은 제조업에 노동자를 파견 가능하게 하면서 소개예정 파견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게 만들면서, 파견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이나 각종 처우에 대한 의무가 기업측에는 전혀 없는 형태였습니다. 이로 인해서 소개예정 파견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쓰다가 원하는 타이밍에 마음대로 잘라버리는 일명 하켄기리(派遣切り, 파견 자르기)가 가능해집니다.
당연히 이런 법 개정 내용은 문제점이 바로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고, 다양한 피혜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코이즈미 정권 말기인 2006년에 3월에 파견 기간 연장과 파견 노동자에 대한 위생 및 노동보험에 대한 배려 등을 명시하는 형태로 개정이 이루어집니다.
파견의 품격을 보시면, 드라마 후반에 쇼우지 타케시(東海林武, 오오이즈미 요우)와 사토나카 케이스케(里中賢介, 코이즈미 코타로)의 대화 중에 사원 식당에서 밥 해주시던 아줌마도 모두 우리 사원이었는데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 하실까라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설정한 이 2명은 입사 8년차 동기로 1999년에 입사한 사원입니다. 그리고 1999년은 파견법 1차 개정으로 파견 업종이 확대되면서 식당에서 밥 해주는 아줌마를 파견 사원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 해이기도 하죠. 드라마의 디테일이랄까…

파견 노동자에 대한 안전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2008년에 갑작스럽게 맞이한 리먼 쇼크는 파견 노동자의 대량 계약 해지 사태로 이어지고, 새로운 파견처를 찾지 못한 많은 수의 파견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앉게 됩니다.
이때 실직해 집세를 낼 돈도 없어 거리로 쫓겨난 파견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도쿄의 히비야 공원에 모여 만든 것이 ‘새해 맞이 파견촌(도시코시 하켄무라/年越し派遣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활동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미디어에도 크게 보도되면서 국민 전체의 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사실 2009년 자민당이 선거에 참패해 민주당 정권이 성립된 가장 큰 원인이 리먼 쇼크와 파견촌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해 맞이 파견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글을 참고해주십시오.
http://www.kisc.meiji.ac.jp/~endokosh/hakenmura2009.pdf

새해 맞이 파견촌은 파견법의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하는 활동으로 이어졌고, 정치권에서도 파견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꾸준히 법 개정이 논의되면서 2015년 10월에 가서야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집니다.

 

 

파견법의 근본적인 변화

2015년 10월에 이루어진 파견법 개정은 파견법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많은 부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변경점은 크게 5가지입니다.

  • 모든 형태의 노동자 파견 사업을 허가제로 변경
  • 파견 기간 규제의 변경
  • 파견 노동자의 균등 대우 추진의 강화
  • 고용 안정 장치의 의무화
  • 파견 노동자의 자기계발 지원의 법령화

이 5가지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모든 형태의 노동자 파견 사업을 허가제로 변경
기존의 파견 사업은 「일반노동자파견사업(一般労働者派遣事業), 이하 ‘일반파견사업’」과 「특정노동자파견사업(特定労働者派遣事業), 이하 ‘특정파견사업’」 등 2가지 형태가 존재했습니다.
일반파견사업자는 등록형파견(登録型派遣) 노동자를 1명이라도 취급하고 있는 사업자이고, 특정파견사업자는 상시 고용되어 있는 파견노동자만을 취급하는 사업자입니다.
등록형파견이란 노동자가 일반파견사업자에 파견 노동자로 등록을 하면 일반파견사업자가 기업들에 노동자를 소개하고, 만약 기업이 해당 노동자를 사용하겠다고 할 경우에 일반파견사업자와 파견 노동자 사이의 노동계약이 성립하는 형태입니다. 간접 고용한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파견 기간이 종료되면 일반파견사업자와 파견 노동자 사이의 노동 계약도 종료됩니다.
특정파견사업은 직원들을 사원으로 고용한 사업자가 파견처에 자기 직원을 보내서 일하게 하는 형태입니다. 특정파견사업자와 파견 노동자 사이의 계약은 파견처와의 계약 기간과 관계 없이 특정파견사업자와 파견 노동자 사이의 고용계약에 의해서 유지됩니다.
기존 제도는 일반파견사업은 허가를 받아야만 했고(면허 취득이 필요), 특정파견사업은 신청서를 제출하면 등록비만 내면 되는 형태였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기존 방식은 아주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보기에는 특정파견사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노동자를 직원으로 고용만 하고 있으면 고용 형태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고용하여 파견처가 없을 때는 한달에 5만엔만 주고, 파견처가 정해지면 월급을 제대로 주는 편법을 써도 단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문제는 대부분 특정파견사업자에서 발생했고, 이들에게 패널티를 줄만한 법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개정되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파견사업자가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가 취소되면 파견사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이어서 설명할 ‘파견 기간 규제의 변경’과 함께 작용해서 파견사업의 근간을 바꿔놓게 되었습니다.

파견 기간 규제의 변경
모든 사업 형태를 허가제로 바꾼 것과 더불어 가장 큰 변경점입니다.
2015년 개정안에서는 파견 기간이 사업장과 개인 모두가 3년으로 제한됩니다. 그리고 다시 3년 동안 파견 노동을 연장 하려면 파견처 노동조합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을 해야만 가능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파견나라’라는 파견사업자가 ‘가가전자’라는 기업에 노동자를 파견합니다. 이때 가가전자는 파견 노동자 사용에 대해 노조에 사전에 통지를 해야 합니다. 노조의 승인은 달리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가가전자는 처음 파견 노동자가 일하기 시작한 날부터 3년 동안만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파견 노동자를 더 써야만 할 경우에는 가가전자 노조와 협의하여 노조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만 3년 동안 연장이 가능합니다. 이 연장도 1번만 가능하며, 최대 6년 동안만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있습니다.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노동자들이 대표를 선임하고, 이 대표를 통해서 표결 등을 통한 의사 전달을 해야 합니다.
특정 개인을 가가전자가 파견 노동자로 고용한 경우에도 이 규정은 그대로 적용되며, 해당 노동자에 대해서도 3년 이상의 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역시 노조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예외가 2가지 적용됩니다. 하나는 해당 파견 노동자가 60세 이상의 고령인 경우, 그리고 해당 파견 노동자가 파견나라에 무기한 고용(즉 정사원)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다시 말해서 파견나라가 노동자를 6개월~1년 단위의 계약직으로 고용한 뒤, 가가전자에 파견 사원으로 보내서 일하게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3년이 한계이고, 사원들을 전부 계약 기간이 없는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 이상 6년 뒤에는 가가전자에는 다시는 파견 노동자를 보낼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로 인해 파견나라가 사용하던 다양한 꼼수들이 원천봉쇄되어 버렸습니다. 만약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허가가 취소되어 버리기 때문에 더 이상 파견 사업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기간 규제의 변경으로 인해서 기존의 등록형 파견도 점차 유지가 힘들어질 것이고, 「파견의 품격」에 등장한 파견라이프 같은 회사도 사업 방식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파견 노동자의 균등 대우 추진의 강화
일본 법령에는 의무를 크게 노력의무, 안전배려의무, 의무 등 3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 노력의무: 법제상에 “~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するよう努めなければならない)”라고 명시된 의무입니다. 그렇게 노력했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기 때문에 어겼다고 해서 법적으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 안전배려의무: 특정 법률상의 당사자 사이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지켜져야 하는 의무입니다. 최대한 성실하게 의무를 지켜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반했을 경우에는 민사 소송이 가능합니다.
  • 의무: 강제 집행의 대상이 되는 의무입니다. 위반할 경우 형사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파견 사업자와 파견처 모두에게 균등대우에 대한 법령의 최대 수위가 안전배려의무였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파견 사업자에게는 민사상의 소송이 최대이고, 파견처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파견 사업자는 최대 수위가 의무로, 파견처에게는 최대 수위가 안전배려의무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파견처에서 파견 노동자에게는 구내 식당이나 휴계실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사내의 각종 복지 시설이나 설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경우에 특별히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었는데요. 이제는 이러한 차별에 대해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또한 파견 사업자가 파견 노동자에게 급여에 불이익을 주고(가장 대표적인 것이 파견처에서 받은 잔업비를 파견 사업자의 노동계약에 근거해서 노동자에게 주지 않고 삥땅 친다던가)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등의 행위를 했을 때, 과거에는 민사로 소송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고용 안정 조치의 의무화
파견처의 동일한 조직 단위에서 1년 이상 계속해서 일하다가 계약이 종료되었지만 계약 종료 후에도 계속해서 취업할 것을 희망하는 파견 노동자를 ‘특정유기고용파견노동자(特定有期雇用派遣労働者)’라고 합니다. 이러한 특정유기고용파견노동자가 동일 조직 단위에서 3년 이상 계속해서 근무한 경우에 파견 사업자는 이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조치가 의무화 되며, 동일 조직 단위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는 노력의무를 지게 됩니다.
파견 사업자는 이러한 특정유기고용파견노동자를 위해 파견처에 직접 고용해 줄 것을 의뢰하거나, 새로운 파견처를 찾아주거나, 자기 회사에 정직원으로 고용하거나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3년 이상의 특정유기고용파견노동자에게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파견처에는 이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적용됩니다. 파견처가 일반 노동자(직접 고용하는 계약직/정직원)를 모집할 경우에 파견처는 반드시 특정유기고용파견노동자에게 그 내용을 고지하고, 특정유기고용파견노동자가 여기에 응모할 경우에 그 신청을 받아주어야 합니다. 그 법령은 수위가 가장 높은 ‘의무’에 해당합니다. 물론 뽑는건 기업 맘이지만, 기회는 똑같이 주어야 합니다.
이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된 것은 큰 의미에서 보자면 파견 노동이라는 형태는 일시적인 것으로 노동자는 어딘가에 안정된 형태로 고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죠. 개정안 중 파견법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파견 노동자의 자기계발 지원의 법령화
파견 사업자는 파견 노동자에 대해서 능력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연수를 실시하고, 취업 생활에 대한 카운셀링 등을 실시해야만 합니다. 파견 사업자는 교육훈련 등에 대한 실시 상황을 보고해야만 하고, 이에 대한 행정 체크를 받아야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자기계발에 대한 지원은 노력의무에 불과하지만, 직원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제시가 파견 사업자의 사업 허가 요건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건 반드시 실시 되어야만 하는 규제로 작용합니다.

개정된 내용들을 보시면, 그 동안 파견 노동자 주변에서 일어났던 각종 문제점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의지를 갖고 법령이 개정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여전히 편법은 존재하고, 아직 많은 파견 노동자들이 법 개정 사실조차 모르는 수준이지만, 결국 많이 바뀌겠죠.

 

파견 업계에 떨어진 폭탄

일본의 IT업계는 엔지니어의 약 50% 정도가 외주화 되어 있습니다.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전체 IT엔지니어의 약 20%가 파견 노동자라고 하니, 외주화 되어 있는 엔지니어의 약 40%가 파견 노동자입니다. 어마어마한 수치네요.
2015년 현재 IT업계의 노동자가 약 101만명이라고 하니, 약 20만명 정도가 파견 노동자입니다.
2015년 파견법 개정에 민주당과 공산당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파견 기간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요. 일본 야당이 여기에 크게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비정규직 보호법」의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비정규직 계약 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는데, 이게 역으로 2년만 쓰고 합법적으로 잘라버리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글쎄요, 업종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적어도 IT업계처럼 전문직의 파견 노동자가 많은 업종에서는 일본의 업계 사정상 한국 같은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기존 파견법은 26개 전문 업무에 대해서는 파견 기간에 대해 명시된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26개 전문 업무는 총무성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요. 아래 링크로 들어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mhlw.go.jp/houdou/2008/12/dl/h1226-3c.pdf
26개 전문 업무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계 설계, 방송기기 조작, 방송 연출, 사무용기기 조작, 통번역 및 속기, 비서, 파일링, 리서치, 재무, 계약서 및 인보이스 작성, 장비 테스트, 여행가이드, 건물 청소, 건물 설비 운용, 안내 및 주차장 관리, 연구 개발, 사업 기획 및 입안, 서적의 제작 및 편집, 광고 디자인, 인테리아 코디네이터, 아나운서, OA인스트럭션, 텔레마케팅, 금융상품 영업, 방송용 소품 제작 등입니다.
조금만 더 보충 설명을 하자면, 제일 처음에 나오는 것이 소프트웨어 개발입니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은 전문 업무이기 때문에 파견 기간의 제한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리고 유독 방송 관련된 업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 민방은 오래 전부터 파견 노동자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매우 심각할 정도로요. 그리고 서적의 제작 및 편집이 들어가 있는데요. 일본 유수의 출판사들에서 나오는 만화 잡지들의 히트작을 만들어 낸 사람들 중 다수가 편집자 전문 파견 회사인 긴난샤(銀杏社) 같은 곳 소속인 사람들입니다. 또한 일본 항공사들의 스튜어디스의 다수가 파견 노동자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방송 제작 인력, 아나운서, 편집자, 스튜디어디스 같은 사람들은 3년만 쓰고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파견 회사 쪽이 무기한 고용을 해야 하니까 노동자들의 처우는 더 개선이 되겠죠.

또 위에서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모든 파견사업자가 허가제로 바뀌면서 허가의 요건이 강화되었는데요. 그 중 자본금에 대한 요건이 있습니다. 파견사업자로 허가를 받으려면 자본금 2,000만엔 이상에 20제곱미터 이상의 사업장이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만약 여러 개의 지점이 있을 경우에는 각 지점마다 추가로 1,500만엔의 자본금이 더 있어야 하고 지점마다 20제곱미터 이상의 사업장이 있어야 합니다.
실은 이 허가 요건이야말로 파견사업자들에게는 폭탄이나 다름 없는 개정 내용인데요. 제가 알고 있는 한국계 파견 회사 중에 위의 요건을 만족하는 회사는 몇 개 안 됩니다. 자본금 1,000만엔을 넘는 곳도 거의 없고, 사무실도 다른 회사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태반이죠. 저희 회사 사무실의 순수 면적이 약 43제곱미터인데요. 하지만 자본금 2,000만엔을 넘지 못해서 저희는 파견 사업자 허가를 받을 수 없겠군요. 심지어 편집자 파견 1위 업체인 긴난샤조차도 자본금이 1,000만엔입니다. 여기도 유예기간 3년이 끝나는 2018년 9월30일까지 자본금을 2,000만엔으로 증자하지 않으면 허가를 받을 수 없겠군요.
지금의 소규모 파견 사업자들은 모두 자본금을 증자하고 사무실도 큰 곳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3~4차 하청으로 버티는 소규모 파견 사업자들에게는 조금 가혹한 조건인 것 같습니다.
결국 작은 회사들끼리 M&A를 하여 몸집을 불리던가, 아니면 파견 사업에서 수탁 개발 형태로 전환하던가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 같습니다.

 

IT업계의 고용 트랜드 변화

IT업계에 유독 파견 노동자가 많은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대규모 프로젝트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SI업계의 경우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서 처음 개발 당시나 기능 업데이트 등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완성된 시스템을 운영하는데는 그만큼의 인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파견 노동자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일본 특유의 비싼 고용 비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본은 고용 광고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우 비쌉니다. 리쿠르트나 인텔리전스 같은 대기업들이 신규 뿐만 아니라 전직 부문까지 인력 시장을 독과점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을 뽑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비쌉니다. 아주 기본적인 구인 광고를 2개월 정도 게재하는 것만으로도 보통 30~50만엔 정도의 비용을 받습니다. 당연히 이렇게 구인 광고 1개 내는 것으로는 눈에 안 띄기 때문에 직종별로 여러 개의 광고를 내야만 눈에 띄고, 보다 잘 보이는 위치에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합니다. 한국 최대의 구직 사이트 잡코리아의 최고가격 배너인 Grand 로고 1주일 집행 단가가 132만원인 것을 생각하면 일본의 구인 광고 비용은 황당할 정도로 비쌉니다. 물론 구인 광고를 한 군데만 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광고를 여러 플랫폼에 병행해서 집행해야 합니다. 구인 광고 비용은 더욱 더 올라가는 것이죠.

해드헌터를 이용할 경우 IT 엔지니어는 보통 연봉의 30%를 정도를 해드헌터에게 지불해야 합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1명의 엔지니어를 뽑는데 들어가는 고용 비용은 그 사람이 받는 연봉의 절반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뽑은 엔지니어가 제대로 뽑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기업은 더욱 큰 리스크를 지게 됩니다. 특히나 경력이 긴 고급 엔지니어를 뽑을 때는 더 큰 리스크를 져야 합니다.
그런데 파견 회사를 이용하면 파견 회사와만 계약하면 알아서 사람을 데려옵니다. 정직원에 비해서 거의 1.5배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고용 비용이나 회사가 져야 하는 각종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보았을 때 그렇게 비싼 비용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파견 노동자들은 한 현장에 오래 있으려는 경향이 강하고, 경력이 긴 파견 엔지니어의 경우 파견 사업자가 가져가는 마진이 적어서 고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오히려 파견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정 때문에 일본 기업들이 사용하는 시스템, 판매하는 패키지, 사내의 인프라 등의 많은 부분을 지금까지 파견 노동자들이 만들어왔다는 점입니다. SI뿐만 아니라 게임회사들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현재 일본의 IT는 산업은 파견 노동자 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견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이제 몇 년만 지나면 고용 계약 년수의 제약에 걸리게 됩니다. 이것은 파견 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사원이나 다름 없지만 파견 노동자인 핵심 엔지니어를 유지하는게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기이니, 그러한 사람들을 직접 고용해야만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잘라내고 신규 인력으로 대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파견 사업자가 그 사람을 무기한 채용해야 하는데요. 규모가 작은 파견 사업자를 믿고 그곳의 정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파견법의 개정이 확실해지면서 일본 IT업계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의 인력 시장이 생겨났습니다. 프리랜서를 기업과 직접 연결해주는 형태의 플랫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이런 곳들은 파견 사업자가 아니라, 등록된 엔지니어들을 기업과 매칭만 시켜주는 안건 소개 서비스들입니다. 단순히 매칭만 해주기 때문에 이용료나 성공 보수만 받고, 파견 사업자처럼 노동자를 파견해서 마진을 챙기는 형태가 아니죠. 이런 형태의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IT 업계의 등록형 파견은 이미 많이 사라진 상태였고, 지금은 안건 단위로만 움직이는 프리랜서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대형 SI 안건들은 지금도 예전처럼 파견 사업자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SI 안건들도 비교적 규모가 작은 안건들은 외주 회사들이 클라이언트와 직접 계약을 하는 위탁 개발 형태로 많이 바뀌어 가는 추세입니다. 현장에 직접 와서 일하는 형식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 많이 주목을 받는 것이 ‘오프쇼어 개발(offshore development)’이라는 형태입니다. 개발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서 일본 현지에서는 코어만 개발하고, 비교적 중요도가 낮은 부분은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 국가들에서 진행하는 이원개발 형태인데요. 일본의 IPA(독립행정법인 정보처리추진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45.6%가 오프쇼어 개발을 한 번이라고 도입해본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프쇼어 개발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된 사이트가 있어서 링크해봅니다. http://blue-stone.net/ko_KR/blog/tech-info-6/post/14
오프쇼어 개발을 활용하면 많은 파견 엔지니어를 고용할 필요가 없이, 오프쇼어 개발을 전개할 해외 파트너 회사만 찾으면 되니까 훨씬 더 낮은 코스트에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겠죠. 프로그래밍 하는데 굳이 같은 사무실에서 할 필요도 없잖습니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일본의 IT 엔지니어 파견은 점차 줄어들 것 같습니다. 물론 대기업이나 정부에서 나오는 대형 SI 안건들은 여전히 파견 노동자 없이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IT 파견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유지가 힘들어질 것만은 분명합니다. 당장 2018년까지 자본금부터 올려서 허가를 받아야 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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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2 comments
  • 김지우
    응답

    중요하고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 감사합니다
    한국에 계시면 차한잔 하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장윤창
    응답

    저도 일본에서 햇수로 3년째 파견회사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법령개정에 대해 모르고 있었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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