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결제법

 In Business, Games, Marketing

http://headlines.yahoo.co.jp/hl?a=20160406-00000007-mai-soci

LINE이 자금결제법 위반 여부 때문에 관동재무국의 조사를 받았다는 뉴스인데요. 이 뉴스를 보고 생각난 김에 자금결제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본에서 게임과 관련된 규제는 크게 ①자금결제에 관련된 법률 (資金決済に関する法律, 통칭 ‘자금결제법’), ②부당경품 및 부당표시 방지법 (不当景品類及び不当表示防止法, 통칭 ‘경품표시법’), ③청소년보호육성조례(青少年育成保護条例, 통칭 ‘청소년조례’) 등 3가지가 있습니다. 물론 자잘한 규제들도 있긴 하지만, 서비스 자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이 3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금결제법은 자금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껄끄러운 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금결제법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서비스 내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발급하는 기업이 도산할 가능성이 있으니, 기업이 발행한 포인트 잔고의 절반에 해당하는 현금을 국가에 공탁한다.”

매우 단순한 내용인데요. 실제로는 100개가 넘는 조항으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내용의 법입니다. 법 전문은 아래의 사이트에 공시되어 있습니다.

http://law.e-gov.go.jp/htmldata/H21/H21HO059.html

법 전문을 바탕으로 핵심적인 내용만 다시 추려보면 이렇습니다.

・매년 3월과 9월에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는 포인트 잔액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3조)
・사업자는 발행한 포인트의 절반 이상의 금액을 정부에 발행보증금으로서 공탁해야한다. (14조)
・포인트 사용에 대한 전자장부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78조)
・한번 구매한 포인트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환불해주어서는 안 된다.(20조)
・현금과 포인트의 레이트는 변경할 수 없다.(14조의 여러 조항에 따라 논리적으로 성립)
・해외사업자는 원칙적으로는 일본 내에서 가상 포인트를 발급할 수 없다.(10조)

 

어떤 조항은 납득이 되기도 하고, 어떤 조항은 뜬금없기도 한데요. 왜 이런 내용이 되었는가는 이 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알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금결제법은 실은 1989년에 제정된 ‘선불식 증표의 규제 등에 관한 법률(前払式証票に関する法律, 통칭 ‘프리페이드법’)’을 전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프리페이드법에 전자머니 등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만들어진 것이 자금결제법입니다.
그러니까 원래 이 법률은 버블 시절에 무분별하게 발행되던 프리페이드 카드들을 규제・감독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률을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현금으로 환금을 못 하게 하는 것은 프리페이드 카드식 파칭코에서(CR이라는 이름이 붙는 파칭코 기기들이 이 시절의 흔적입니다.) 사실상의 도박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입니다. 레이트의 변경을 원칙적으로 막는 것도 프리페이드 카드를 이용한 도박・투기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고요. 해외사업자가 일본 내에서 가상 포인트를 발급할 수 없게 하는 것도 바로 프리페이드법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흔적들입니다.

이번에 LINE POP에서 문제가 된 것은 게임 내의 아이템인 보석함 열쇠(宝箱の鍵)가 통화에 해당하는가 여부인 것 같은데요. 이게 왜 쟁점이 되는지를 이야기하려면 조금 길어집니다.

자금결제법에서 말하는 ‘통화’란 ‘선불식 지불 수단(前払式支払手段)’에 해당하는 아이템이나 포인트를 말합니다. 해당 아이템이나 포인트가 선불식 지불 수단이냐를 정하는데는 자금결제법 3조가 기준이 됩니다. 이 3조의 내용을 간단하게 3가지 요건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것을 이른바 자금결제법상의 3요건이라고 부릅니다. 3요건이란 ①가치의 보존(価値の保存), ②대가 발행(対価発行), ③권리행사성(権利行使性)을 말합니다.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말일 수도 있는데요. 사실 이 3요소는  ‘돈’의 3가지 기능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본래 돈이란 ①가치의 척도, ②가치의 저장, ③교환의 매개 등 3가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가치의 척도란 화폐가 어떤 물건의 가치를 정하는 수치적인 기준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상품마다 붙어 있는 가격표가 각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처럼 말이죠.
가치의 저장이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구매력을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가가 오르긴 하지만, 일정 금액의 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내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가치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교환의 매개란 돈을 이용해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없애고 보다 쉽게 물건을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기능입니다. 내가 식당에서 지불한 돈으로 식당 주인은 필요한 물건을 사죠. 그런 역할을 말합니다.
그래서 자금결제법상의 3요소는 돈의 3가지 기능에 각각 이렇게 대입이 됩니다.

가치의 척도 – 대가 발행
가치의 저장 – 가치의 보존
교환의 매개 – 권리행사성

물론 이건 개념이 현금과 동일하게 1대1로 대입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비슷한 역할로 대입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자금결제법상의 선불식지불수단에 대한 정의를 보다 자세하고 알기 쉽게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금액 등의 재산적 가치가 증표 등에 기록되어 있으며(가치의 보존), 금액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고 발행해준 증표등과 일치해야 하며(대가 발행), 증표 등은 구입한 금액에 상응하는 가치에 맞게 물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의 제공을 청구할 수 있다.(권리 행사)”

게임에 이걸 대입해보면 현금으로 구입한 아이템이나 포인트가 또 다른 게임 내의 아이템이나 포인트로 교환이 가능하고, 그 교환 레이트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가 될 경우에 이것을 선불식지불수단, 즉 게임 내의 ‘통화’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게 됩니다.
이걸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임의로 다음과 같은 도표를 한번 그려보았습니다. 여기서는 현금으로 구매한 게임 내 과금 아이템을 ‘루비’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スクリーンショット 2016-04-06 12.29.09

 

위 그림에서 빨간색으로 된 것들은 자금결제법상 ‘통화’에 해당하는 항목들이고, 파란색으로 된 것들은 통화에 해당하지 않는 항목들입니다.
그러니까, 상품을 교환하거나 서비스를 청구하는 행위가 또 다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통화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 내 코인도 통화로 해석될 수 있고, 보석함 열쇠도 보석함의 락을 해제하는 서비스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통화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금결제법에 걸리지 않기 위한 사양은 보석함을 루비로 직접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약 보물상자 열쇠를 처음 시스템 그대로 유지할 경우에는 이것이 통화라는 해석이 가능하니, 보물상자 열쇠의 액면가에 상응해서 정부에 보고한 잔액의 절반 만큼을 발행보증금으로 공탁해야 합니다.

물론 공탁금을 내지 않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탁금을 내지 않는 조건은 다음의 4가지입니다.

①해당 발행주체의 매출액 총합이 연간 500만엔을 넘지 않을 경우
②발행 잔고가 1,000만엔을 넘지 않을 경우
③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④통화에 6개월 미만의 유효기간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그런데, 게임 서비스의 경우에는 ①번과 ②번은 거의 해당사항이 없을 것 같네요. 1년에 1억원도 못 벌면 회사 문을 닫을테니까 말입니다.
③번의 경우 매출액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보험료가 비싸지기 때문에 현금 운용은 자유롭지만 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니 넥슨이나 NC나 NHN 정도 되는 규모이면 그냥 공탁을 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이자는 없지만 비용은 안 나가니까요.
문제는 ④번인데요. 이 유효기간의 설정이 가장 유효한 회피 수단이면서도 가장 적용하기 어려운 수단이다보니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냥 보증금을 공탁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럼 왜 ④번이 어려운지를 간단하게 설명해보도록 하죠.

해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자금결제법의 조항에는 6개월 미만의 유효기간을 설정한 증표에 대해서는 공탁금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도록 면책을 해줍니다. 설령 면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도, 유효기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포인트가 자연 소멸해서 잔고 자체가 줄어드니 공탁금의 규모도 줄어들겠죠.
하지만 상품권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유효기간 설정이 매우 힘듭니다. 왜냐면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발행으로부터 6개월로 해야 하지만, 그 상품권이 사용자에게 건네지는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상품권은 이 대상이 되기가 힘듭니다.
선불식카드의 경우는 이러한 유효기간 설정이 가능할텐데요. 그런 곳들은 어떻게 할까요? 선불식카드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대게는 사용자가 6개월 이상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카드를 임의로 사용정지 상태로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포인트를 전부 유효기간 만료로 소진 시키고, 그 포인트만큼을 임시 포인트의 형태로 저장합니다. 그리고 정지된 카드를 사용자가 다시 사용하려고 할 때는 창구 등에서 카드를 활성화 시키면서 임시 포인트 만큼의 무료 포인트를 카드에 충전시켜 줍니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구매한 포인트는 사라지지 않지만, 실제로는 사용자가 구매했던 포인트는 전부 유효기간 만료로 소진되었고 그 대신에 동일한 액수의 무상 포인트가 지급되어서 대가발행이 이루어진 포인트, 즉 선불식지불수단은 사용자의 카드에서 사라진 것이 됩니다. 보통은 이렇게 최종 사용 시점을 기준으로 유효기간을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장기간 로그인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잔액을 처리할 수는 있지만, 자금결제법의 대상에서 벗어나긴 힘듭니다.

그래서 게임이나 인터넷 서비스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 구좌식, 혹은 마일리지식으로 불리는 포인트 관리 방식입니다.
이것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서 다음의 그림을 준비했습니다.

スクリーンショット 2016-04-06 14.17.09

그러니까, 캐시 아이템을 구입할 때마다 새로운 캐시 구좌가 생성되는 것이고요. 캐시를 소비할 때는 남은 유효기간이 가장 짧은 캐시 구좌부터 잔고를 소비해나가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무료로 받은 캐시는 별도로 저장되어 유료캐시가 전부 소진되었을 때만 무료 캐시가 소진됩니다. 무료 캐시에는 유효기간이 없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있는 유료캐시가 우선적으로 소비되어야만 유지되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게임 내에 통화로 해석될 수 있는 아이템이나 포인트는 모두 이렇게 유료와 무료가 구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보증금 공탁액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을테니까요. 당연히 통화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관리도 어렵겠죠. 일본 게임들의 과금 아이템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데는 이러한 이유도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서 얻는 가장 큰 효과는 유효기간의 설정보다는 유무료 통화를 거의 완벽하게 분리해서 관리할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만 2뎁스, 3뎁스로 들어가는 통화를 전부 유무료로 나누어서 관리할 수 있고, 장기 미접속자의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되돌리기도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더라도 유무료 아이템은 나누어서 관리를 해야 하는데요. 캐시 구매가 이루어진 단위로 관리되지 않는 시스템일 경우에는 반드시 유료 캐시의 가치가 현금과 최초의 설정한 레이트대로 유지가 되어야만 합니다. 10개 살 때 100엔이었는데 100개 살 때는 800엔이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럴 때는 캐시템 1을 현금 10엔으로 잡고, 100엔을 내면 10개를 주고, 800엔을 내면 80개를 준 뒤에 덤으로 20개를 더 주는 방식으로 구현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DB에 합산된 수치로만 저장된 캐시의 액면가를 측정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흔적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는 화면입니다. 한번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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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캐시템 몇개 + 보너스 몇개(혹은 몇 %)라고 되어 있죠. 여기서 캐시템의 액면가로 써 있는 만큼만 DB에 유료 캐시로서 저장되고, 나머지 보너스로 표기된 양은 무료 캐시에 저장됩니다. 이렇게 해서 가치를 보존하면서 공탁금의 계산을 보다 쉽게 하는 것입니다.

그럼 퍼즐&드래곤의 캐시템 구입 화면을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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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표기가 없고, 그냥 구입 금액에 따라서 레이트 자체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추론하건데, 퍼즐&드래곤은 게임 내 통화 관리를 앞서 이야기한 마일리지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은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자금결제법에 관련된 이슈는 이것보다도 더 많고 복잡한데, 여기서 다 설명하기에는 시간도 지면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규제인 경품표시법 이슈까지 복합적으로 엮여 있기 때문에 더 길게 설명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여기서는 자금결제법이 있고, 그게 대략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LINE POP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이런 것이다 정도를 이해하는 용도로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금결제법이나 일본 내 게임 규제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개인적으로 문의 주시면 친절하게 가이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물론 유료 서비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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