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
IT 프로젝트에서 마감날이 다가오면 개발자들이 제일 바빠집니다. 기획과 디자인이 늦게 끝난 프로젝트라면 더더욱 그렇죠. 아무리 개발 경력을 쌓아도 마감에 대한 압박은 어쩔 수 없지만, 초반에 열심히 체력을 비축해 두었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중간에 긴급 투입되었다면…)
아무튼 마감에 치이면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해서, 저녁을 컵라면으로 때우는 일이 생깁니다. 일본의 컵라면이야 맛있으니 큰 불만은 없지만, 자주 먹다보니 항상 맛있는 컵라면을 먹는게 쉬운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컵라면을 끓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1. 뚜껑을 열어 스프를 꺼내고, 2. 따뜻한 물을 선에 맞춰 붓고, 3. 정해진 시간을 기다린 후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직접해보니 2, 3단계가 쉽지가 않습니다. 밝은 곳이 아니면 물을 붓는 선이 잘 안보이는데다, 컵을 기울여서 쥐게되면 적당히 부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버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정해진 시간을 맞추는 것도 어려운게 물을 부은 다음에 바로 시작 시간을 체크해야 하는데 빼먹는다거나, 기다리는 중간에 메신저등등의 인터럽트가 걸릴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항상 완벽한 컵라면을 먹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1. 물따르는 곳의 조명이 밝아야 합니다. 2. 정확히 수평을 유지하려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주전자나 포트를 이용해 따르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3. 다 따르자마자 스톱워치를 돌리고 중간의 인터럽트는 무시합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죠. 포트 대신에 정수기만 있다거나 탕비실 조명이 원래 어두운 상황에서, 단지 컵라면을 완벽하게 끓이기 위해 조명을 바꾸거나 포트를 사기는 애매하니까요. 중간에 중요한 연락이 왔는데 무시하기도 그렇죠.
그리고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맛있게 보여서 사온 컵라면이 맛이 없으면 모든 과정을 제대로 해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결국은 가끔 실패한 컵라면을 먹는 것으로 타협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어떻게해야 최선의 컵라면을 먹을수 있는지 고민해보았다면, 그리고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누군가 컵라면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때 조언해줄 수 있습니다. 그런게 개발자의 일이 아닐까 하네요.
P.S. 참고로 제가 먹고 성공한 컵라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